🌧 비내리는 날의 김치전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창문 너머로 들리는 소리보다 먼저 기억나는 건 ‘기름 위에서 지글지글 익던 김치전의 소리’였다.
엄마는 딱히 묻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전이나 하나 부칠까?” 하며 부엌에 들어가셨다. 그때부터 집 안은 기름 냄새와 묵은지의 시큼한 향으로 가득해졌고, 우리는 젓가락을 들고 식탁에 둘러앉았다.
지금은 내가 그 전을 만든다. 그리고 그 고소한 냄새가 다시 우리 집을 채운다.
📝 재료 구성 (2~3인분 기준)
- 묵은지 1컵 (잘게 썬 것)
- 부침가루 1컵
- 물 약 2/3컵 (김치 수분량 따라 조절)
- 달걀 1개 (선택)
- 대파 약간 (얇게 썬 것)
- 청양고추 1개 (매운맛 추가용, 선택)
- 식용유 넉넉히
- (선택) 김치국물 1~2큰술 – 풍미 강화
반죽 비율 팁: 김치전은 반죽보다 재료 비중이 크고, 묽게 반죽해 얇게 부쳐야 바삭합니다. 부침가루 대신 밀가루 + 감자전분 혼합도 가능.
🥄 조리 방법 & 팁
1. 김치 손질 – 바삭함은 수분 조절에서 시작된다
김치전의 주인공은 ‘묵은지’다. 하지만 그냥 잘라서 넣으면 전이 바삭하지 않고 눅눅해진다. 따라서 김치의 물기 제거는 김치전의 식감을 결정짓는 첫 단계다.
먼저 김치는 도마에 올려 0.5cm 간격으로 잘게 썰되, 잎보다 줄기 부분은 좀 더 얇게 썰어주는 것이 좋다. 잎은 쉽게 익지만, 줄기는 오래 걸려 반죽 안에서 딱딱한 식감으로 남을 수 있다.
썬 김치는 두 손으로 꼭 짜서 물기를 최대한 제거한다. 이때 손에 묻는 김치국물은 따로 받아두면 반죽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짤 때 너무 세게 비틀지 말고 눌러 짜는 방식으로 하여 김치 섬유질이 망가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2. 반죽 비율 – 바삭함 vs 쫀득함, 그 사이의 황금비
김치전의 반죽은 ‘반죽이 주가 되는 게 아니라, 김치가 주가 되는’ 구조여야 한다. 즉, 김치가 60~70%, 반죽이 30~40% 정도 비율이 가장 바람직하다.
기본 비율은 다음과 같다:
- 부침가루 1컵
- 물 약 2/3컵
- 김치국물 1큰술 (선택)
- 달걀 1개 (좀 더 부드럽고 쫀득하게 만들고 싶을 때)
반죽의 농도는 숟가락으로 떠서 떨어뜨렸을 때 끊기지 않고 줄처럼 흐르되, 바닥에 닿자마자 살짝 퍼지는 정도가 이상적이다.
팁:
- 더 바삭한 식감을 원하면 부침가루의 20%를 감자전분으로 대체
- 쫀득한 식감을 원하면 달걀 추가
- 구수한 풍미를 위해 김치국물 추가
3. 재료 혼합 – 모든 재료는 반죽과 따로 놀지 않게
썰어둔 김치, 대파, 청양고추를 반죽에 넣고 고루 섞는다. 이때 중요한 점은 ‘겉만 코팅되는 반죽’이 아니라 ‘골고루 얇게 덮이는 반죽’을 만들어야 한다.
고추나 부재료를 많이 넣을 경우 반죽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물 1~2큰술로 농도를 조절하면서 전체를 가볍게 섞는다. 절대 오래 치대지 말고, 한 방향으로 10회 이내로 섞는 것이 포인트다.
4. 팬 예열과 기름 – 온도는 맛, 기름은 식감
전은 ‘기름요리’이므로, 기름을 아끼면 바삭함도 날아간다. 팬은 반드시 1분 이상 중불에서 예열 후, 식용유를 전체 바닥이 덮일 정도로 넉넉히 두른다.
젓가락 끝을 팬에 넣었을 때 기포가 올라오는 상태가 ‘적정 온도’이다. 기름이 차가우면 반죽이 기름을 먹어버려 눅눅해지고, 너무 뜨거우면 겉만 타고 속은 익지 않는다.
팁:
- 부치기 전 한 숟가락 반죽을 먼저 시험해보면 팬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 여러 장을 부칠 경우, 전마다 팬을 다시 한번 예열하고 기름을 추가하자.
5. 부치기 – 절대 젓지 마라, 기다림이 바삭함이다
팬에 반죽을 얇고 넓게 펴서 올린다. 스푼으로 가장자리를 정돈하면 보기에도 좋고 뒤집기에도 편하다.
중불로 2~3분간 그대로 둔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절대 건들지 말 것’. 건드리면 바닥면이 들뜨고, 바삭하게 구워질 기회를 놓친다.
표면에 기포가 올라오고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변해갈 때 큰 뒤집개를 사용해 한 번에 뒤집는다. 뒤집은 뒤에는 약불로 줄이고 속까지 1~2분간 익힌다.
팁:
- 바삭한 식감을 위해 팬에 전을 얇게 펴는 것이 핵심
- 뒤집을 때는 전 가장자리를 따라 주걱을 살살 넣고, 반죽이 들릴 때 단번에 뒤집자
- 기름이 부족하다면 뒤집은 뒤 가장자리에 기름 1큰술을 둘러 마무리 굽기
6. 기름 빼기와 플레이팅 – 김치전의 바삭함을 유지하는 마지막 한 수
완성된 김치전은 바로 접시에 올리지 말고 키친타월 위에 1분간 올려 기름을 빼는 작업이 필수다.
기름을 제거하지 않으면 전의 바닥이 눅눅해지고 접시 위에서 김이 서리듯 수분이 올라온다.
팁:
- 접시에 종이호일 한 장을 깔아도 바닥 습기를 막을 수 있다
- 여러 장을 겹쳐 쌓을 때는 종이 한 장씩 사이에 깔자
7. 곁들임장 – 조용한 한 접시에 완성의 느낌을 더하는 디테일
양념장은 간단하지만 중요하다. 김치전이 매콤하다면 식초의 비율을 줄이고, 참기름이나 통깨를 추가해 고소함 강조.
기본 비율: 간장 1큰술 : 식초 0.5큰술 : 물 0.5큰술 + 통깨 + 송송 썬 대파
팁:
- 양파, 고추, 파 등을 미리 잘라 간장에 담가 놓으면 더 깊은 맛이 우러난다
- 간장 대신 ‘연두’ 같은 액상 조미간장을 쓸 경우 물을 줄이고 식초를 약간 늘리자
💭 결론 – 바삭한 김치전, 그리고 엄마의 목소리
김치전은 집마다 다르다. 어떤 집은 두껍고, 어떤 집은 밀가루 맛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 집 김치전은 묽고, 넓고, 바삭하고, 엄마의 목소리가 묻어나는 맛이다.
비 오는 날이면 엄마가 먼저 김치전을 떠올렸듯, 이제는 내가 엄마 없이도 그 향과 소리를 불러낸다.
오늘 부친 김치전 한 장이, 과거의 추억을 오늘의 위로로 바꾸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