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냄새와 함께 끓던 그 국물 무된장국
춥고 축축했던 시골의 겨울 아침. 창문 밖 유리에는 입김이 서리고, 방 안 이불 속은 따뜻했지만 가장 먼저 깨운 건 부엌에서 된장국이 끓는 소리와 냄새였다.
엄마는 한겨울에도 이른 새벽에 일어나 무를 척척 썰고, 마늘 한 숟갈, 집된장 한 국자, 그리고 직접 손질한 멸치로 국물을 냈다.
아무 말 없이 상 위에 올려주던 그 한 그릇의 국. 무른 밥 말아 떠먹던 된장국 한 숟갈이 그날 하루의 기운이 되었다.
이제 나는 그 따뜻한 국을 내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 본다. 기억은 그대로, 방식은 조금 다르게.
📝 재료 소개 (4인분 기준)
- 무 1/3개 (약 250g)
- 집된장 또는 시판 된장 2큰술
- 다진 마늘 1큰술
- 국간장 1큰술 (감칠맛 조절용)
- 멸치 다시마 육수 1.2L
- 대파 1대
- (선택) 청양고추 1개 – 매콤한 맛
- (선택) 두부 1/3모 – 부드러운 식감 추가
- (선택) 들기름 약간 – 고소함 강조
육수 팁: 다시마(5cm) + 국물용 멸치 8~10마리 + 물 1.5L → 15분간 중약불 끓이기 → 다시마는 5분 후 제거
🥄 조리 방법
1. 육수 만들기 – 깊고 깔끔한 국물은 된장보다 먼저 완성된다
된장국에서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된장을 먼저 넣고 간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물 요리의 기본은 육수에서 시작합니다. 된장은 국물의 향과 깊이를 더하는 보조 재료일 뿐, 맛의 골격은 육수가 잡습니다.
① 멸치 손질: 국물용 멸치 10마리를 준비하고,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한 뒤 마른 팬에 1~2분 살짝 볶아줍니다. 이렇게 하면 비린맛이 사라지고 고소한 향이 살아납니다.
② 다시마 준비: 5x5cm 크기의 다시마 한 장을 준비해 마른 키친타월로 먼지만 닦아냅니다. 씻거나 물에 오래 담그면 끈적한 점액질이 우러나 국물 맛이 탁해질 수 있습니다.
③ 끓이는 법: 물 1.5L에 손질한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중약불에서 뚜껑을 반쯤 닫은 상태로 10분간 끓입니다. 주의: 다시마는 5분이 지나면 꺼내야 끈적한 맛이 우러나지 않습니다.
④ 불 조절 팁: 중불 이상으로 세게 끓이면 멸치가 터지고 비린맛이 나므로 중약불 유지가 필수입니다. 끓는 동안 거품이 생기면 국자로 살짝 걷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2. 무 손질 – 국물에 단맛과 깊이를 더하는 주역
무는 겨울철일수록 단맛이 많고 수분이 풍부합니다. 된장국에 들어가는 무는 단순히 채소가 아니라, 국물에 단맛을 우려내는 핵심 베이스 재료입니다.
① 손질법: 껍질을 벗긴 무를 0.5cm 두께로 반달형 나박 썰기합니다. 너무 얇으면 흐물해지고, 너무 두껍게 썰면 조리 시간이 길어지고 국물 맛이 덜 우러납니다.
② 무 헹구기: 매운 맛이 강한 봄무나 이른 가을무는 찬물에 5분간 담가두는 것만으로도 매운맛을 잡을 수 있습니다. 단맛만 남기고 싶다면 이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③ 팁:
- 무가 푸석하면 국물에 텁텁한 맛이 나므로 단단하고 묵직한 무를 고르는 것이 중요
- 무를 볶아 사용하는 레시피도 있으나, 이 레시피에서는 맑고 투명한 국물을 위해 생무를 직접 끓입니다
3. 된장 풀기 – 부드럽고 고르게, 국물과 완벽히 어우러지게
된장을 제대로 푸는 방법 하나로도 국물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① 푸는 순서: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된장 2큰술을 국자로 덜어낸 육수 1~2국자와 함께 작은 볼에 푼 뒤 체에 걸러 넣습니다. 체 없이 넣으면 된장의 덩어리가 살아 남고, 탁한 잔여물이 남아 국물이 지저분해질 수 있습니다.
② 된장 종류별 팁:
- 집된장: 1.5큰술로 시작 → 간 보고 추가
- 시판된장: 2큰술 기준, 너무 짤 경우 → 물 100ml 더 추가
③ 풍미 강화 팁: 된장을 푼 뒤, 국간장 1큰술을 넣어주면 된장의 짠맛은 줄이고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된장만 넣었을 때의 텁텁한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입니다.
4. 끓이기 – 무가 반투명해질 때까지 충분히,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된장이 풀어지고 국물이 다시 끓어오르면 손질한 무를 넣고 중불에서 10~12분간 끓입니다.
① 무 투입 시점: 된장 투입 직후 바로 넣어야 무가 된장과 함께 충분히 끓으며 국물에 단맛을 천천히 풀어냅니다.
② 중간 간 조절: 간이 강하다 느껴질 땐 물을 100ml 정도 추가해주고, 싱겁다면 국간장 0.5큰술을 더 넣어 조절합니다.
③ 마늘 추가 타이밍: 다진 마늘 1큰술은 무가 거의 익어갈 때쯤 추가하면 강한 향이 덜하고, 은은한 풍미만 남습니다. 처음부터 넣으면 마늘 향이 사라지고, 국물의 텁텁함이 늘 수 있습니다.
④ 끓이는 시간 팁: 무가 반투명해지고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쉽게 들어가면 완벽하게 익은 상태입니다. 무가 푹 익을수록 국물은 부드럽고 단맛이 진해집니다.
5. 마무리 – 대파, 고추, 들기름, 두부… 고소함과 향을 조율하라
① 대파: 송송 썬 대파 1대를 마지막 1분간 넣어야 향과 색감이 살고 국물이 완성됩니다. 너무 일찍 넣으면 향이 날아갑니다.
② 청양고추: 은은한 매운맛을 원할 때 고추 1개를 어슷 썰어 넣습니다. 고추씨까지 넣으면 칼칼한 맛이 강해져 김치 없이도 훌륭한 국이 됩니다.
③ 들기름: 기호에 따라 들기름 1/2작은술을 마지막에 살짝 두르면 ‘된장찌개와 된장국 사이의 고소한 연결점’이 완성됩니다.
④ 두부: 부드러운 식감을 더하고 싶다면 두부를 1cm 두께로 썰어 무와 함께 중간 단계에 넣고 5~6분간 익혀주세요. 된장국에 두부를 넣으면 국물의 짠맛이 부드럽게 중화됩니다.
6. 보관, 재활용, 실수 방지 총정리
보관 팁
- 냉장 보관: 2~3일
- 재가열 시 중불 유지 – 센 불에서 끓이면 무가 부서지고 국물이 탁해짐
활용 팁
- 남은 국물로 된장국수 만들기 – 삶은 소면 말아 후추 살짝
- 묵은 김치와 함께 끓이면 김치된장국으로 리믹스 가능
- 삶은 감자나 양배추 추가로 채소 된장탕 형태 확장 가능
실수 방지 포인트
- 된장을 풀 때 반드시 체에 거를 것
- 무는 너무 두껍게 썰지 말고 0.5cm 내외로
- 된장, 국간장, 마늘은 순차적으로 넣기 – 맛 균형 조절
- 끓이는 동안 계속 뚜껑을 덮지 말고 반쯤 열어둘 것
이렇게 정성껏 끓인 무된장국 한 그릇은 그 자체로 밥상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는 국물 요리입니다.
💭 결론 – 그 겨울 국물의 따뜻한 위로
외할머니는 많은 걸 설명하진 않으셨지만, 무와 된장, 국물 사이의 균형을 감각으로 아셨습니다.
오늘 내가 만든 무된장국은 그때의 냄새와 소리, 온기를 되살리려는 작은 시도입니다.
비록 같은 손맛은 아니지만 이 한 그릇의 국물이 누군가의 아침을 따뜻하게 데워주길 바랍니다.